Gongha2010. 6. 10. 01:15

붉은악마는 SK의 엠부시마케팅(매복마케팅 : 스포츠 이벤트의 공식 후원업체가 아니면서도 관련이 있는 업체라는 인상을 주는 홍보 전략) 도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서울광장 거리 응원 불참을 선언했다.
(출처: http://news.nate.com/view/20100609n16692)

 

붉은악마의 이번 2010 남아공월드컵 거리응원 장소로 봉은사(코엑스) 앞을 선택한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선택에 대해 이해관계에 따른 각기 다른 상상을 하는 이들이 있음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붉은 색으로 도배를 하고 길거리 전면에 등장한 붉은악마는 1998년과 2002년 월드컵 경기 초기에만해도 일부이겠지만 소위 우파를 자처하는 보수세력에게는 골칫거리였었다. 빨갱이라 칭하는 이도 있었고, 붉은악마의 차림새와 행동 하나하나가 우파에게는 위협적인 존재로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개최국인 우리 국가대표팀의 연이은 승리, 이와 함께 열성적으로 응원하며 새로운 길거리 응원문화를 만들어가는 붉은악마에게 12번째 선수라는 칭찬이 쏟아지자 이들의 주장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고 언론에 편승하여 레드컴플렉스를 탈피했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던 것이 사실이다.


2002년 대한민국이 월드컵 개최국이 아니었다면 붉은악마의 응원문화는 분명 당시 모든 국민이 지켜봤던 그 거대함은 아니었을 것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붉은악마는 우리 국가대표팀의 16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빛을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 당시에도 길거리 응원은 훌륭했다.

붉은악마는 주도세력은 있지만 그 응원에 참여하면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다 같은 붉은악마가 된다.
문제는 이 붉은악마가 축구라는 스포츠에만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이 붉은악마를 참여세대라고 규정하는데 상당수의 붉은악마들은 '2002월드컵 응원', '효순이·미선이 촛불', '탄핵 반대 촛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등 스포츠만이 아닌 정국이 혼란할 때면 어김없이 거리로 모여들어 거대한 힘을 발산했다.
정권은 진보에서 보수로 바뀐 상태이다.
현 정권을 비롯한 보수세력은 붉은악마의 이런 참여를 두려워한다.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선택한 것 중 하나가 명박산성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소통의 부재와 일방통행식 집권세력의 대척점에 불교계가 있고 그중에서도 봉은사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강남의 봉은사는 봉은사에 몸담고 있는 신도들에게 우리사회의 영향력있는 이들로부터 명진스님이라는 지켜야 할 주지스님이 있다. 지난 번 도올 김용옥 교수의 일요특별법회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붉은악마 집행부가 어떤 의도로 봉은사앞을 응원장소로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서울시를 비롯한 정부에서는 간단하게 생각할 일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서울시측에서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함께 응원하자고 제의도 해온 모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말에서도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음을 상기하면 보수세력의 근심은 더욱 극대화된다.
6.2 지방선거에서 겨우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한나라당과 정부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 강남. 이곳에서의 붉은악마의 대규모 응원을 통해 자칫 정치적인 언행이라도 등장한다면 혹은, 우리 국가대표팀이 계속 승리하여 응원할 날이 길어진다면 ?? 정치에 관심없는 이들도 자연스럽게 현 정국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정부나 보수세력 입장에서는 상상하기도 싫을 것이다.

 

날짜상으로 어제 서울지역 길거리 응원 장소를 공지하겠다고 했으나 내부 의사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모양이다.
필자는 붉은악마 집행부의 선택을 존중하며 그들이 응원하는 곳이 시청앞이든 봉은사앞이든 함께 할 것이다.



참고로 위의 글에서 말하는 보수에는 우리 사회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에 옮기는 건전한 보수는 포함되지 않았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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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