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gha2009. 4. 2. 00:32

오늘 같은 동네 사는 동생넘에게 문자가 왔다.

'아까시장가다가형네집지나갔는데.형방유리창 다깨져있던디 빨리와바.왜전화를안받어!'

문자 받고 '아 씨發~' 욕이 절로 나왔다.


작년 늦은 여름 어느 날..
당시 月火와 土는 내 시간을 갖기 위해 출근을 하지 않았고,
水木金은 출퇴근을 하던 시절이었다.

환기를 시키려고 화장실쪽의 창문을 열어두고 생활하곤 했었는데..
원래 출근하지 않던 날이었는데 사무실에 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 오후 6시 30분경에 집을 나섰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의 시각은 8시 30분쯤 되어있었다.

열쇠로 문을 여는데 그냥 열렸다.
이상하다 내가 또 문을 안잠그고 나갔나?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간혹 그러한 날이 있었다.

당시만해도 직장과 대학을 병행하다보니 수면이 많이 부족했던터라 기억력 또한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신발을 벗고 방안으로 들어서니 여기 저기 옷이 흩어져있었다.
얼~
'이게 모야?'

집에 도둑이 들었던거다.
다른 것들은 잘 모르겠고..
당시 잃어버린 것은 럭시앙PDA폰과 HP iPAQ 5450 PDA
럭샹 PDA폰은 크래들은 두고 가져갔고, HP 5450 PDA는 크래들까지 들고 간 것이었다.

처음 당해본지라 놀랍기도 하고..
혼자 사는 집에 뭐 가져갈 게 있다고 IT 기기들만 가져갔을까?
우리 집앞에는 적게는 삼삼오오 많게는 7~1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담배피우기 좋은 장소이다.
담배를 피울 때면 꽁초도 꽁초지만 그네들이 뱉은 수많은 침들의 향연(?)이 정말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종종 나무랬지만 내가 말을 할 때는 마지 못해 알겠다고만 대꾸하고 내가 방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지네들끼리 내 눈치를 살피곤 했다.
여학생들도 섞여 있었다.

좋게 타일러서 집에 일찍들어가게끔 하고 싶었으나
이러한 학생들에게 매일같이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괜시리 나 출근하고 없을 때 돌이라도 던져 내 방의 큰 유리창이라도 깨버리면 낭패였기 때문이었다.

얘들도 학생이고 지금보다도 더 살아갈 날이 많은데 어릴 적 호기심으로 하는 행동을 매일 같이 꾸짖는다는 것도 나에게 있어 적잖은 고민거리로 여겨졌다.

올해도 조금 있으면 우리 잡앞 조그마한 공터에서 작년과 똑같은 행동을 하기 위해 떼거지로 몰려 올 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나 스스로 혹시 밖에서 얘기나누며 담배피우고, 침뱉는 학생 중 누군가가 내 집에 몰래 방문했다가 컴퓨터는 무게나 부피 때문에 엄두도 못내고, PDA 상품 2개를 가져간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던 차였다.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신고 후 몇분 지나지 않아 순찰차량과 경찰들이 왔고,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이것 저것 물어보더니 내가 살고 있는 곳 같은 구도의 집은 일반적으로 도둑이 들지 않는데 희한하다고 얘기했다.
좀도둑의 소행같다며 이런 도둑은 잡기 힘들다고 얘기하고선 몇가지 사항들을 적어갔다.
어이없는 민중의 지팡이 경찰들의 무기력함을 여실히 느낀 몇 분 이었다.

그리고 한 참이 지난 어느 날.
집에 있는데 밖에서 누가 나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서대문 경찰서 강력계에서 나왔습니다."

"OOO씨 되시죠?"
"네, 맞는데요. 무슨 일이시죠?"

순간 머리 회전이 빨랐었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사고를 쳤나? 아니면 혹시 예전 도둑을 잡았나?'

"한달 전 쯤 이 곳에 도둑 든 적 있죠?"
"네, 근데 어떻게 서대문 경찰서에서 ..."
우리집은 용산구이기 때문에 의아하여 물었다.

"도둑이 잡혔습니다."
"네?"
무척이나 반가운 소리였다.

"당시 잃어버린 것들이 뭐뭐 였습니까?"
"네 럭시앙 PDA폰하고 HP 아이팩 5450 PDA하고 옷이 몇 개 없어졌습니다. 다 찾으셨나요?"
나는 잃어버린 PDA폰과 PDA를 찾을 수 있다는 기쁨에 물었다.

"럭시앙폰은 훔친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버렸다고 하고, HP PDA는 나중에 찾아가실 수 있습니다"
'아이고...머냐..ㅡ,.-a'
럭샹폰과 아이팩5450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일단 럭샹폰은 흑백에 예전에 사무실에서 키우던 허스키 칸이의 이빨 자국이 액정이며 외관에도 나 있고 흠집도 조금 있는 편이었다.
그래서 버린 모양이었다. 그래도 나에게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pda였는데..아쉬웠다.

"근데 어떻게 잡았어요? 그리고 왜 용산경찰서가 아닌 서대문경찰서에서 나오셨어요?"
"특수강도였습니다. 노부부 사는 곳에도 들어가 칼로 위협하고 돈 될만한 물건 빼앗아 갔던 놈이었어요"
'얼~ 모냠...칼들고 들어왔을 때 만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되는건가?'

간단한 서류에 사실 사항을 기입해주었다.
나중에 연락드릴테니 찾으러 오라고 하고 형사 두명은 되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고, 나는 5450을 찾아왔다.

서대문 경찰서 강력계에 찾아갔을 때 마침 나와 같은 처지의 어느 아줌마와 통화중이었는데 그 쪽은 귀금속을 잃어버린 모양이었다.
장소는 종로 쪽이었다.

이처럼 도둑은 종로, 용산, 서대문 할 것 없이 여기저기 쑤시고 다녔던 것 같다.

무에 이리 장황하게 글을 쓰고 있는지 여기까지 읽은 블로거라면 궁금할 듯 하다.

오늘 나는 동네 가까이 지내는 동생넘에게 '아까시장가다가형네집지나갔는데.형방유리창 다깨져있던디 빨리와바.왜전화를안받어!' 라고 쓰여 보내진 문자를 받아서 작년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가 생각났던 것이다.

급한 마음에 바로 전화를 해봤다.

무엇보다도 일주일에 4~5일은 얼굴보는 무척 친하게 지내는 놈인데 전화통화할 때 지네 집이라는 거다.

그런데 오늘 만우절이라는 또 하나의 문자가 도착했던 거다..

아 정말 허무했다.
나는 온갖 잡생각이 다 들었는데..

"형, 경찰에 신고해둘까?"
이 말에 나는 완전 속아 넘어갔다.
ㅠㅠ


그냥 기분 좋게 웃기에는 요즘의 내 상황과 맞물려 왠지 착잡한 마음까지 든 오늘 오후였다.
"야, 혀바 너 어디야, 집이야?"
"어"

"야, 무슨 소리야? 유리창이 깨졌다니? 이중창이 다 깨졌든?"
"아까 시장다녀오면서 보니까 형방 유리창이 깨져있더라고"

"유리창이 어떻게 깨졌는데? 금이갔어 많이 깨졌어?"
"와장창 깨졌어. 완전박살났어"

"아니 그러니까 뭐야? 도둑이 들어갔냐고?"
녀석이 나의 질문에 머뭇거렸다.

"도둑이 들어갈 수 있게 생겼더냐고?"
"들어갈 수도 있겠던데.."

'이 새끼 뭐야? 우리집의 유리창이 완전박살났다는데 그것을 보고도 지 집에 앉아있다니?'
응근히 짜증이 났다.

"알았어. 내가 지금 갈테니까 우리집 앞에 좀 가있어라"
"지금 오려구?"

"그럼 가야지. 집에 도둑이 들었을지도 모르잖아?"
"형, 경찰에 신고해둘까?"

"아니 신고하면 바로 오더라. 어차피 경찰 오게 되면 내가 있어야 할 거 같은니까 내가 가서 신고할께. 내가 지금 바로 갈테니까 너 우리 집 앞에 좀 가있어라"
"알았어"
나는 퇴근시간 18시에 몇 분 남지않은 상황인지라 일은 조금 남아있었지만 집에서도 처리할 수 있는지라 퇴근하려고 마음먹고 머리를 감싸쥐며 작년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동생놈한테 또 하나의 문자가 왔다.
만우절이라서 장난 좀 쳐봤다는 것이다.


아이~~~~차암..
모냐..

오늘 완전히 속았다.

녀석의 문자메시지가 시장가는 길에 우리집 창문을 봤다는 건데...
특별히 우리집앞으로 갈 이유가 없다.
나랑 함께 움직인다면 몰라도 혼자서 오고 갈 때는 우리집 창문을 볼 수 없는 길로 다닌다.

그리고 녀석과의 전화통화를 하면서 몇가지 의아한 면이 있었는데..
녀석이 마음 급한 내 질문에 바로바로 답변을 못하고 조금 늦게 답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녀석과 통화를 하다보면 왠지 또렷하지 않은 말투로 인해 답답한 마음 가득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라서 의심하지 않았다.

전화를 했다는데 내 핸드폰의 이력에는 전혀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다.
녀석의 핸드폰은 통화중 가끔 끊기곤 하지만..
내 핸드폰은 전화왔었음을 놓친 적이 없다.
그래도 혹시 연락했을지도 모르겠다 하고 넘어간다 치더라도..

"지금 오려고?" 라니..
당연한 거 아냐? 집에 도둑이 들었을지도 모르는데..

이 자식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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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아 너를 위해 준비했다.

'거짓말 하는 사람 형 동생 아니라고 해찌?'
'멀 잘했다고 웃어?'
'이제 형 동생 할꺼쥐?'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서울용산구민'


[동영상 출처] http://www.seoulmilk.com/nsm/tv_ad/milk/mom_20sec.wmv


그리고 방명록에 너가 갖고 싶다는 선물...
거 4년후에 꼬옥 마련해줄께..












오늘이 만우절이라고??
^^"
 
 

엠블 posting : by 공하™ | 2005/04/01 21:57 | 끄적거림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irun18 at 2005/04/01 23:11

뭐여~ 지금 추리소설 써?
오늘 수확이 좋구만..형이 대박쳤고
대승이형도 속았어. ㅋ 엄마도 속고
그만큼 여유가 없어서 그런가..
긍정적으로 살자고~
긍정의 힘을 믿으라고 공익광고도 나오더구만

 

Commented by 공하™ at 2005/04/02 01:44
엉...썼어..
근데 추리소설은 아니고..
사실에 근거한 다큐멘터리쥐...
거기에 내 생각들을 더 추가한 거고..

다른 이 속이는 거 너무 즐기지는 마..
물론 평상시에는 그런 모습 쬐금 밖에 안봐서 안심은 된다만...
오늘 같은 문자메시지는 정말 끔찍했다니깐..

만우절이라서 오늘은 그럴 수 있고 함께 웃으면서 넘기는 거야.
몸이 피곤했던 지난 3월 31일에 그러했다면 정말 화냈을 거 같어.

나는 위의 글 하품하면서, 졸면서 작성했어..
요 며칠 3~4시가 넘어야 잠을 청하곤 하게 되더라고..

지금도 계속해서 하품하면서 졸립다 졸립다 하고 있어..

여유가 없는 것도 맞는 얘기 같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해피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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